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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심리학

김덕례 2020. 8. 15. 21:41

20세기 전반기에는 두 가지 사상이 심리학계를 지배했다. 하나는 행동주의였고 하나는 정신분석학이었다. 지각, 의식, 기억처럼 이전 세기에 심리학자들을 사로잡은 심리과정들은 대체로 등한시되었다. 당연하게도 몇몇 예외가 있었다. 영국 심리학자 프레더릭 바틀릿과 러시아 심리학자 블루마 자이가닉은 1920~1930년대에 기억과정을 탐구하며 후대 인지심리학자들의 연구를 예견했다. 독일에서는 볼프강 쾰러가 게슈탈트심리학을 이용해 문제해결과 의사결정을 연구하며 인지심리학의 또다른 선구자 역할을 했다.

 

 

인지혁명

행동에 대한 관심이 결국 심리과정 연구로 기울어진 결정적 계기는 심리학 외부에서 왔다. 통신, 컴퓨터 기술이 발달하고 인공지능 덕분에 온각 가능성이 열림에 따라, 뇌를 정보처리장치로 보는 새로운 사고방식이 나타났다. 인지과정 내지 인지라 불린 심리과정들은 행동주의에서 검토하려 하지 않거나 검토할 수 없는 주제였지만, 이제 심리학자들이 연구에 활용할 모델이 생겼다. 한편 신경과학의 발전은 뇌와 신경계의 기능을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그 덕택에 도널드 드 헵같은 심리학자들은 심리과정을 행동관찰 결과에서 추론하지 않고 직접 연구할 수 있었다.

 

최초로 정보처리 유추를 심리학에 응용한 사람은 케임브리지대학에서 프레더릭 바틀릿의 제자로 있던 도널드 브로드벤트였다. 브로드벤트는 1940~1950년대에 컴퓨터과학자 앨런 투링과 의사소통 전문가 콜린 체리의 연구물에서 영감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전환점을 맞이한 곳은 미국이었다. 

미국에서는 행동주의의 한계에 대한 비판이 일다가 150년대 말에 이른바 인지혁명이 일어났다. 그 극적인 접근법 변화의 선두에는 미국인 아미티지 밀러와 제롬브루너가 서 있었다. 그들은 1960년에 하버드대학 인지과학연구소를 공동으로 설립했다.

 

새로운 경향

밀러와 브루너는 획기적 연구로 심리학의 경향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기억, 지각, 정서처럼 행동주의자들이 경시하던 분야가 가장 중요한 초점이 된 것이다. 브루너는 인지 개념들을 기존의 학습, 발달, 심리학 이론과 통합했고, 밀러는 정보처리 모델을 기억에 적용해 그 분야를 확장했다. 결과적으로 기억은 엔텔 털빙, 엘리자베스 로프터스, 대니얼 샥터, 고든 바우어 같은 인지심리학자들에게 중요한 연구 분야가 되었다. 게다가 게슈탈트심리학에 대한 재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행동주의자들의 이론만 뒤집힌 것은 아니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과 추종세력들도 비과학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아론 백은 인지심리학이 더 효과적인 치료법 개발에 유용하며 객관적으로 검토하기에 더 용이히다고 생각했다. 그가 옹호한 인지요법은 나중에 행동요법과 명상법도 부분적으로 받아들였는데, 곧 우울증과 불아증 같은 장애의 표준 치료법이 되었으며, 정신질환치료뿐 아니라 정신적 행복에 힘쓰는 긍정심리학운동으로 이어졌다.

 

21세기 초에 인지심리학은 여전히 해당 주제에 대한 지배적 접근법으로서 신경과학, 교육학, 경제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인지심리학은 유전, 환경 논쟁에도 영향을 미쳐왔다. 유전학과 신경과학에서 최근에 발견된 바를 고려하여, 스티븐 핑커 같은 진화심리학자들은 우리의 생각과 행동이란 뇌의 구조에 좌우되며, 여느 유전형질처럼 자연선택 법칙에 지배된다고 주장해왔다.